살 한 점이라도 붙어보고 싶은 빈곤에 다 쓰러진 백성들은 오늘도 거리에 나와서 숨만 겨우 내쉰다. 그래도 제때 잘 먹는 황실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그리고 수비를 맡는 병사들은 그런 그들에게서는 너무 부럽게 보이기만 하였다. 이런 혼란 속에서 일부 가정에서는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몸을 들고 다니기 위하여 일부러 군에 입대를 자원하는 풍까지 생기기 마련이다.
하늘에 먹구름이 껴도 강력한 폭풍우를 동반하여 대지 위에 요동을 부린다 할지라도 황제의 사치는 그 무엇으로 막을 수 없었다. 아니 단 한가지 방법은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그렇게 겁 없이 행할 수는 없으니 그것도 시간이 지나야 하니 말이다. 금으로 빚은 술병에는 선명하게 그 장식이나 그림이 화려하게 새겨져 있고 황제에게는 전혀 즐거움이 지워지지 않았다. 술은 계속 비워나가는 황제의 주량은 정말 혀를 찰 정도이다. 물론 황제와 같이하는 환관들의 주량도 만만치는 않다. 또한 그들은 그래도 여자의 미(美)는 알아가지고 앞에서 곱다랗게 춤을 추는 미녀들에게 잠시도 시선을 떼지 않는다.
"역시나 노는 것은 재미있구려. 삶이 즐거워. 즐거워."
정말 현제의 삶이 즐거울까? 지나가던 개가 갑자기 으르렁 거리는 마당에 과연 황제는 앞으로의 삶도 즐거울 거라고 확신하고 있는 건가. 지금 낙양성 밖으로는 역사에 한획을 그을 만한 움직임들이 기회를 엿보며 도사리고 있다. 물론 워낙 숙인 탓에 눈이 좋지 않은 황실에서는 그것을 보고 힘들다. 그렇다고 해서 노는 데에 눈은 탁월하게 수행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아... 이러다가는 우리 마저 생줄이 끊기겠어. 위에는 조공에 갖은 식량과 돈을 받쳐야 하고 왼쪽에서는 납세를 하기는 커녕 오히려 우리를 넘보고 있으니..."
익주를 다스리는 성도성 안에는 늘 이 세상에 대한 한탄에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 체 근심으로 대신하고 있다. 자칫하다가는 오랑캐의 말발굽에 밟힐 운명 아래에서 발버둥 칠 노릇이니 익주목에 있는 한 남자는 이렇게 근심이 쌓이고 쌓일 수 밖에... 오죽 했으면 잠이 이루는 가 싶으면 꿈자리가 편치 않게 하니.
"이러다가는 안 되겠어. 이거 우리끼리 독립을 해야 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가만... 잠깐만... 독립... 그래 독립..."
갑자기 '독립'이라는 단어를 읆고 있는 이 남자는 계속 쌓여간 근심은 다 어디로 갔는지 희미한 미소가 그를 점점 덮어가고 있었다.
"그래 어차피 이리가도 저리가도 죽을 마당 요리라도 가봐야지."
현 익주목을 지내고 있는 '대잔'이라고 일찍이 아버지를 빨리 여의어 나이 18살에 익주목을 지니게 된 아직 피가 마르지 않은 젊은이. 어려서 부터 무예와 학문을 가까이 하며 여자를 일부러 피하였으니 그는 세상을 생각하면서 자기 일처럼 고민을 하기도 하였다. 그런 그가 자연히 세상에 대한 안목이 넓어질 수 밖에 없지만... 문제는 너무 세상일을 자기 일로 하다보니 한번 근심이 쌓이면 계속 가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렇게 근심이 계속 쌓이다 보면 좋은 수가 생각나기도 일쑤이다.
"여봐라."
"네! 자사님(목을 가리키는 말)."
"영안태수 '영초'에게 그리고 한중태수의 '동화'에게 이르거라. 앞으로 조정에서 보내는 단 한 사람이고는 내 특별한 지시가 내리지 않는 한 절대로 익주에 들어오게 해서는 안된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