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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긴(2003-07-15 10:06:17, Hit : 4988, Vote : 522
 낙양성의 풍운(3)-정사소설 삼국지
하진은 놀라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순간 칼과 도끼를 든 도부수 십여 명이 일제히 나타나 하진을 에워쌌다. 하진은 황급히 돌아서서 달아나려 하였다. 그러나 궁문은 이미 닫혀 있었다. 도부수들이 일제히 칼과 도끼로 하진을 치니, 하진은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 자빠졌다.

원소와 조조는 궁문 앞에서 암만 기다려도 하진이 나오지 않자, 궁 안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청컨대 대장군은 속히 나와서 수레에 타십시오.”

십상시 장양 등이 하진의 머리를 궁의 담 밖으로 던지면서 말했다.

“하진이 반역하였기에 하태후가 명령하여 죽였다. 그 아래 사람들에게는 문책을 하지 않고 관용을 베푸신다고 황제께서 특별한 조서를 내리셨다.”

궁 밖의 사람들은 놀라 얼굴이 새파랗게 되어 서로 바라보았다.

원소와 조조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 다음순간 원소가 부하들에게 외쳤다.

“환관들이 짜고서 대장군을 죽였다. 원수를 갚기 원하는 자는 나를 따르라!”

원소와 조조가 칼을 빼어 들고서 앞장을 섰다.

“와아아아-”

부하 병사들이 함성을 지르면서 그 뒤를 따랐다. 때는 밤중이라 칠 흙 같이 어두웠다. 오광이 궁 앞 건물에 불을 질렀다. 불길이 충천하자 궁궐이 대낮같이 밝아졌다. 원술이 군사들을 거느리고 궁문을 깨뜨리고 궁 안으로 쳐들어가서 환관이면 닥치는 대로 쳐 죽였다. 십상시 조충 등 네 명은 쫓겨 달아나다가 수많은 칼에 맞아 죽었다. 불길이 궁 안으로 번졌다. 불길이 충천하는 가운데 장양 등은 어린 황제와 진류왕과 하태후를 끌어내 뒷길로 북쪽의 궁을 향해 달아났다.

이 때 노식(盧植)은 변이 일어나자 급히 갑옷을 입고 창을 들고 궁(宮)으로 달려오는 중이었다. 그는 저편에서 단규 등이 하태후를 에워싸고 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노식이 큰소리로 외쳤다.

“역적 단규야! 네 어찌 감히 태후를 납치하느냐?”

단규는 노식을 보자 급히 몸을 돌려 달아났다. 태후는 타고 있던 수레에서 뛰어내려 노식에 의하여 구제되었다.

하진의 부장 오광이 내궁으로 쳐들어가는데 안에서 하진의 동생 하묘가 칼을 빼 들고 나왔다. 오광이 부하들에게 하묘를 가리키면서 외쳤다.

“저 놈은 환관 놈들과 짜고 친형을 죽이는데 가담한 놈이다!”

부하들이 일제히 외쳤다.

“저 놈을 죽여라!”

하묘는 달아나다가 사면으로 에워싸여 비참한 죽음을 당했다.

원소는 다시 군사를 여러 갈래로 나누어 궁중을 샅샅이 뒤져 환관이라면 모조리 죽였다. 수염 없는 사람들이 고자로 오인되어, 횡사하기도 하였다. 그 중에는 급히 옷을 벗고 불알을 보여 살아남은 사람도 있었다.

조조는, 타오르는 불을 끄게 하고 하태후를 모셔다가 우선 조정을 다스리게 하고는, 하태후의 명으로 달아난 장양 등을 잡고 어린 황제를 찾으라는 분부를 내렸다.

장양과 단규 등은 어린 황제와 진류왕을 납치하여 자욱한 연기를 무릅쓰며 불길을 빠져나갔다. 그들은 밤이 깊도록 달아나서 북망산에 이르렀다. 이때가 밤 삼경이었다. 그들 뒤에서 함성이 크게 일어나면서 한 떼의 기병이 추격하여 왔다. 맨 앞에서 병사들을 지휘하면서 달려오는 사람은 하남의 관리 민공이었다.

민공이 큰소리로 외쳤다.

“역적은 달아나지 마라! 게 섰거라!”

장양은 다급하였다. 달아날 길은 이미 없었다. 그는 머리를 조아리며 황제에게 사별의 말을 했다.

“신 등이 죽은 뒤에도 폐하께서는 부디 옥체를 보중하소서.”

말을 마치자, 장양은 강물에 뛰어들어 자살하였다. 단규는 죽자 살자 달아났으나 마침내 민공에게 잡히고 말았다.

민공이 다그쳤다.

“네 이놈 천자는 어디 계시느냐?”

“도중에서 잃었소. 어디 있는지 나도 모르오.”

민공은 단 칼에 단규의 목을 베었다. 그리고 그 목을 안장에 매달고 부하들에게 사방으로 황제를 찾게 하였다.

어린 황제와 진류왕은 북새통속에서 강가의 가시덤불 속에 숨었다.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어서 숨을 죽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들은 사경이 넘도록 이슬 내리는 덤불 속에 엎드려 있었다. 춥고 시장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어린 이복형제는 서로 얼싸 안고 혹시 누가 들을 가봐 무서워서 소리도 못 내고 흐느껴 울었다. 사방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하였다.

진류왕이 속삭였다.

“여기는 오래 있을 곳이 못돼요. 다른 데로 가요.”

두 사람은 서로 떨어지지 않게 서로 옷을 비끄러맨 다음 강 언덕으로 기어 올라왔다. 모두가 가시덤불이고 어두워서 길을 찾을 수가 없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였다. 이때 문득 수천 마리의 개똥벌레들이 날아와 두 사람의 앞을 비추어 주었다.

진류왕이 감격하여 황제에게 속삭였다.

“하늘이 우리 형제를 돕네!”

두 사람은 길을 따라가는데 오경 무렵에는 발이 아파서 더 걸을 수가 없었다. 산 아래에 풀을 베어 쌓아 놓은 것이 희미하게 보였다. 어린 황제와 진류왕은 겨우 그곳으로 가서 풀 더미 위에 드러누웠다.

밤중이라 보이지 않았을 뿐 그 풀 더미 전면에는 한 장원이 있었다. 그날 밤 그 집 주인이 꿈을 꾸는데, 두 개의 붉은 해가 장원 뒤로 떨어지는 것이었다. 주인은 놀라 깨어났다. 그는 옷을 주서입고 밖으로 나가 사방을 둘러보았다. 마침내 그는 두 소년이 풀 더미 위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너희는 어느 집 아들들이냐?”

집 주인의 그런 물음에 황제는 겁에 질려 말을 못하는데, 진류왕이 대답하였다.

“이 분은 황제폐하이시다. 이 번에 궁중의 변란으로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 나는 황제의 아우 진류왕이다.”

집 주인은 크게 놀라 두 번 절하고 아뢰었다.

“제가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주인은 황제와 진류왕을 모시고 집안으로 들어가 술과 음식을 드렸다.

한편 민공은 황제와 진류왕을 찾다가 우연히 이 장원으로 오게 되었다. 집주인이 말발굽소리를 듣고 문밖으로 나왔다. 그는 민공의 옷차림을 보고 그가 조정의 관리임을 짐작했다.     주인은 민공의 말안장에 매달린 목을 보고 물었다.

“그건 누구의 목이요?”


“이건 십상시 단규란 놈의 목이요. 십상시 들이 반역을 일으켰소. 황제께서 행방불명이 되어 찾고 있는 중이요.”

“폐하께서는 여기 계십니다.”

민공은 크게 기뻤다. 그는 부랴부랴 집안으로 들어가 황제를 뵈었다. 민공이 큰절을 황제와 진류왕에게 올리자, 황제와 진류왕은 엉엉 울었다. 이에 네 사람은 한바탕 통곡하였다.       민공이 황제에게 아뢰었다.

“국가에는 잠시도 임금이 없으면 안 됩니다. 청컨대 폐하께서는 속히 궁궐로 돌아가사이다.”

장원에는 바싹 마른 말이 한 필 있을 뿐이었다. 우선 황제를 그 말에 태운 다음에 민공은 진류왕과 같이 자기 말을 타고 장원을 떠나갔다. 해가 동녘에서 떠오르고 있었다. 그들이 세  마장쯤 갔을 때였다. 전갈을 받고, 사도(司徒) 양표, 상서령(尙書令) 왕윤(王允), 사례교위 원소(袁紹), 전군교위 조조(曹操) 등 문무백관이 달려와서 황제를 영접했다. 임금과 신하는 다 함께 울었다. 황제와 진류왕은 좋은 말로 갈아타고 전후좌우로 호위를 받으며 도성으로 향했다.

전부터 낙양에서는 이런 동요가 아이들 간에 유행했다.


황제는 황제가 아니고

왕도 왕이 아니네.

천(千) 수레 만(萬) 말(馬)이

북망산으로 내 닫네


이번 사건으로서 그 동요는 들어맞은 셈이었다.

일행이 황제를 모시고 몇 마장 쯤 갔을 때였다. 전면에서 말발굽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오더니, 자욱한 먼지가 일어나 하늘을 덮었다. 그 속으로부터 한 떼의 군마가 나타나 황제 일행의 앞을 가로막았다. 무수한 깃발이 해를 가리었다. 황제와 일행은 모두 놀라 낯빛이 변했다. 조조도 낯빛이 변하여 원소를 바라보았다. 다음 순간 원소가 용감하게 말을 몰아 앞으로 나갔다.

원소가 당당하게 물었다.

“너희들은 누구냐?”

수놓은 깃발아래의 장수(將帥)가 대답했다.

“나는 전장군 병주목 동탁(董卓)이다. 천자는 어디 있느냐?”

“천자가 여기 계시는데 그대는 어찌 그리 무례한가?”

동탁의 장수들이 거칠게 원소를 밀치었고, 동탁은 황제에게로 나아갔다.

동탁이 황제에게 아뢰었다.

“소장(小將)이 폐하를 모시려고 달려왔습니다.”

그러나 황제는 벌벌 떨며 울기만 할 뿐 아무 말도 못했다.

사도(司徒) 양표가 동탁에게 말했다.

“폐하께서 몹시 놀라셨으니, 그대는 군대를 인솔하고 물러나기 바라오.”

동탁이 양표를 윽박질렀다.

“당신들이 황제를 잘못 모셔서 이지경이 된 것이요. 당신들이 물러나야지 내가 물러나야겠소?”

황제는 계속 울기만 할 뿐이었다. 동탁은 답답했다. 황제가 어찌 이리 바보 같나. 생각 같아서는 황제 머리통이라도 한 대 갈겨 주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다.

동탁이 진땀을 흘리고 있는데 곁에서 진류왕이 황제대신 말했다.

“그대는 도대체 누구인가?”

“소장(小將)은 전장군 병주목 동탁입니다.”

“황제를 보호 하로 왔느냐, 겁박(劫迫) 하로 왔느냐?”

“그것이야- 소장(小將)이 특별히 황제를 보호 하로 왔습니다.”

“보호 하로 왔다면 천자가 여기 계시는데 어째서 말에서 내리지 않느냐?

동탁은 황망히 말에서 내려 길옆으로 비켜서서 절하였다. 그 때서야 진류왕은 좋은 말로 동탁에게 말하였다.

“먼 길에 수고 많았소. 지난밤에 난리가 일어나 황제께서 이렇게 되었소.”

동탁은 마음속으로 진류왕이야 말로 똑똑하구나하고 생각하고 이때부터 황제를 갈아 치울 마음을 품게 되었다. 이 때 동탁이 낙양으로 인솔하고 온 병사는 보병 기병 삼천 명이었다.

이날 황제 형제는 궁으로 돌아와서 하태후를 뵙고 서로 붙잡고 통곡하였다. 그런데 웬일인가. 나라의 보배인 전국 옥새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 정삼연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3-10-0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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