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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금2006-10-19 18:56:18
 희지재


 우금의 항복. 그렇게 잘못일까?


 하나의 이데올로기적 텍스트(유가사상)인 연의는 많은 부분에서 이데올로기에 따라 역사적 형상을 소설적으로 덧칠하고 있는데, 연의의 입맛에 맞지 않아 나쁘게 그려진 인물들도 여럿 보인다.


 가령 손오에서 감령의 병사를 물려받았고 우장군까지 승진했던 반장은 밤중에 관흥의 칼에 맞아 죽고(여담이지만 패주하는 관우를 잡은 것이 반장이었는데, 우장군까지 벼슬이 올랐으니 촉한의 황충이 하후연을 죽이고 후장군으로 벼슬이 오른 것을 생각하게 된다), 형주정벌을 입안하고 실행한 명장 여몽은 관우의 혼령에 씌어 죽으며(연의의 모종강평에 만일 217년에 죽은 노숙이 관우가 죽게 된 219년까지 살아있었다면 관우와 불화하지 않고 촉과 우호를 돈독히 하면서 서주를 빼앗아 역적 조조를 위협했을 것이라고 아쉬워하는 대목이 있다. 그런데 정사에서 여몽이 손권에게 조언하듯이 서주는 빼앗기 어려운 땅은 아니나 온통 평지로 곧 사방의 기병들이 몰려와 지키기가 배나 어려운 땅이었음 분명해보인다. 여몽은 그래서 차라리 형주를 탈취해 장강의 지리적 이점을 오롯이 하는 것이 더 좋은 전략이라고 진언했다. 여몽은 병으로 죽었다), 죽은 여몽의 유조로 뒤를 이어 강릉을 수비했던 주연은 이릉에서 조자룡의 한창에 꿰이는 등(여기서 죽기는커녕 손권의 공신 가운데 가장 오래 산 인물 중 하나다. 그래서 늘그막까지 손권의 대우가 각별했다)이다.


 우금의 경우 군기가 문란한 청주병의 약탈행위를 엄금하고, 조조에게 반역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이 상황에서 오해를 풀기보다 먼저 적에 맞설 진책부터 세우는 명장으로 위나라 공신 가운데서 가장 무훈이 높은 다섯 사람(장악우장서)으로 꼽히기도 한 인물인데, 소설에서는 역사에는 없었던 유종과 식솔들을 죽이는 장면에 부역할 뿐더러 부하장수인 방덕의 공을 시기하다가 결국 칠군을 물에 쳐박고 자신은 구차하게 항복하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수엄칠군의 일화는 있었던 일이지만, 항복할 수 있었는데도 죽은 장수 방덕과 죽었어야 했는데 항복한 장수 우금을 대비시키기 위해 우금을 더욱 졸렬하게 형상화했다.


 무엇이 개인에게 죽음을 강요할 수 있을까? 실은 '죽어야 한다'는 명제는 이데올로기적이다. 조조의 삼국지를 표어로 내건 창천항로라는 만화는 조조의 명장인 우금을 손상시키지 않기 위해 우금의 항복이 병사들의 무의미한 죽음을 막아주기 위한 협기의 발로인 것으로 표현했다. 창천항로의 만화가는 원래 연의보다 정사를 먼저 접했다고 하는데, 어떤 사건을 픽션화할 때 누구의 입장에서 그리는가 하는 시선의 문제가 잘 드러난 만화라 흥미롭다. 하동의 협객으로 그려진 관운장과 협기가 통해 "그럼 우리 애들 밥 좀 줘라!" 하며 투항하는 우금의 모습을, 직후 강릉과 공안을 장악하는 육손이 "관우는 식량을 생각지도 않고 협기로 항복병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군량 조달이 모자란 것"이라고 술회하도록 만듦으로써 관운장의 성격을 조명하고 일련의 사건에서 인과관계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형주에서 관우가 우금의 칠군을 수장하고 연이어 서황의 원군과 대치할 때 두 사람 사이에 오간 대화를 들여다보면 조조 아래 머무르며 안량을 목벤 공으로 정후 벼슬까지 받았던 관운장이 조조 막하의 여러 부장들과도 모르는 사이라 할 수 없었음이 드러난다.


 이문열 삼국지는 조조에게 투항한지 이년밖에 되지 않은 방덕이 목숨을 버린 것이 지나친 것이었는지 아니었는지 콜콜하게 묻고 있으나 그건 별 주목할 일이 못 된다. 어차피 이문열은 "자신이 섬기는 주인이 옳다고 믿는 바를 위해 죽어간 수많은 충신열사들은 삼국지의 갈피갈피를 수놓는 꽃"이라고 말하는 파시스트 문객이고 보면, 방덕에 대한 이씨의 평가란 사건의 본질에 대한 성찰이기보다는 기껏해야 특유의 냉소 섞인 감상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장정일 삼국지는 우금의 항복을 잠깐 논하면서 무의미하게 죽을 수도 있었던 병사들에게는 결코 나쁜 일이 아님을 언급하고 가는데, 장정일 삼국지의 전반적인 해석적 입장에는 불만을 가진 부분도 있으나(이를테면 곽가가 조조에게 "솔직히 말해서 가후는 저보다도 뛰어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원작에 없는 대사를 첨언한 부분. 물론 장정일이 정역을 내건 것이 아닌 바에야 원작에 손질을 한다고 해서 불만을 가질 수는 없으나, 저걸 과연 소설적 대사라고 할 수 있는가? 보트하우스중국에서 온 편지, 내게 거짓말을 해봐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시세계로 연이어 내게 감동을 먹였던 장정일이라 굳이 더 지적하고 싶지는 않다. 삼국지해제를 같이 쓴 김운회의 쥬신 운운에 진절머리가 날 뿐) 말 한 필로 기백의 전장을 건너 한 사람은 형주의 좌장이요, 다른 사람은 칠군의 원수. 노장이 노장의 투항을 받아들이는 소설 속 이 대목에서는 장정일의 짧은 언급이 깊이를 가지고 다가온다. 이름 없는 병사들의 얼굴들을 들여다보며 다시 생각해보면, 무엇이 개인에게 죽음을 강요할 수 있을까?

덧글 4개
 희지재 한글 2004로 레포트를 쓸 때는 각주 기능을 즐겨 쓰는 편입니다. 여담을 좋아해서 레포트도 늘 여담만 넘치죠… 그런데 두어줄 쓰려던 글은 왜 이렇게 길어졌는지… 2006/10/19 07:10 
 창천항로 여담 때문이 아닐까요? ㅋㅋ 2006/10/22 07:10 
 희지재 우금이 칠군의 사령관이었는데, 어느 책에서 당시 일군이 일만이천오백명이라는 내용을 읽었습니다. 칠군이면 무려 구만명에 가깝군요. 실제로도 이렇게나 대군이 동원되고 또 수몰되었을지는 의심스럽지만. 어쨌거나 그는 벼슬이 좌장군에 이르렀던 사람입니다. 2006/10/26 10:10 
 희지재 실수를 정정하자면, 반장은 손권이 제위에 오른 뒤 우장군에 올랐지 후장군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전공은 오나라에서 최고급이었고 인격에는 다소 문제가 있었던 장수입니다. 2006/12/19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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