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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삼국지가 새로 나왔습니다.2007-03-24 09:20:57
 희지재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196707.html

 

 김원중 교수가 정사삼국지를 다시 낸다는 이야기가 소문으로 오래 있어 왔는데요. 2005년에 나온다던 책이 조금 늦었지만 드디어 나왔군요.
 아직 수요가 있는 책인데 오랫동안 절판되어 있더니, 역시 개정판을 내기 위해 출판사 측에서 절판시켰던 것 같습니다. 개정판이 나오면 서점들이 대개 구판을 반품하기 때문에, 출판사들이 개정판을 낼 때는 으레 한동안 절판을 통해 공급을 중지합니다. 서점에서 옛 물건들이 다 빠지면 새 책을 넣는 거죠.
 
 배송지주를 왜 번역해야 하느냐는 말은 조금 당황스러워도, 이렇게나마 진수의 <삼국지>가 다시 나와 매니아들에게는 다행입니다. 그동안 인터넷에 떠도는 정사들은 인터넷의 구술문화적 특성상 텍스트가 끊임없이 왜곡되었고, 치쿠마서방의 일역판을 중역한 것이나 아마추어들이 모자란 솜씨로 번역한 것들, 전혀 근거없이 끼워넣은 구절들까지 있었거든요. (예를 들면 저수의 자가 공명이라는 내용. 인터넷에 떠돌던 원소전에 배송지가 <헌제춘추>를 인용하여 그렇게 적은 것으로 나와 있었는데, 정사 원문의 배송지주에 그런 내용은 없음을 일찌감치 지적한 적 있습니다. 파성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다니는 것 같아 파성에 답글을 달았는데, 파성은 남의 글을 함부로 지우더군요. 인터넷의 룰은 그런 게 아니죠, 공동으로 만들어나가는 문화가 되어야 하는데요…)

 
 한 시대를 여러 사가들의 시선을 통해 복층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것은 당연한 거 아닌가요? 배송지주가 인용한 서적의 거의 모두가 이미 소실되어 볼 수 없는 책들이 되었기 때문에, 배송지주는 당연히 번역해야 합니다. 분량이 너무 많아 배송지주까지 번역해달라고 말하기는 연구자에게도 죄송한 일이겠습니다만, 역사에 대한 다층적 시선을 그저 번잡함으로 접근하는 것은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김원중 교수의 구판은 주석들의 출처를 밝히지 않았고 더구나 역자주와 배송지의 원주를 구분하지 않는 인문학적 폭거를 저질렀는데, 그러한 부분이 수정되지 않았을 것 같아 유감스럽습니다. (아직 직접 확인하지 못 했습니다. 대학 도서관 정도는 되어야 저런 책들이 들어오는데, 휴학중이라 시립도서관 외에는 가지 않게 되거든요.) 진수의 <삼국지>를 읽는 독자층 거의 모두는 소설을 통해 이 시대 역사에 입문한 경우일 텐데, 배송지주는 연의의 형성에 많은 영감을 주었으므로 빠뜨릴 수 없습니다. 외려 원문의 기록이 지나치게 소략한 데가 있습니다. 배송지가 황명을 받아 방대한 주석을 작성한 것도 그런 까닭이고요. 어차피 배송지가 주석의 출처를 밝히고 있기 때문에, 역자가 그 문헌들의 사학적 신빙성에 대하여 별도의 글을 싣는다면 배송지주의 신빙성 문제는 해소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자치통감이 배송지주 일부를 받아들여 기록했듯이 모두가 사료로서 의미를 갖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후한서>나 <진서> 역시 보기 어려운 국내 사정상, 배송지주 번역의 학문적 가치는 원문 번역과 같은 비중을 가질 텐데, 연구로서 수고에 비해 빛은 못 보는 일일지 모르지요.


 어쨌든 문장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진수의 정사를 10년여에 걸친 수고로 다시 한 번 번역해 내셨으니 그나마 고맙고 반가운 마음이 더 큽니다. 구판의 오자나 오류들이 개정판에서는 나아졌길 기대해봅니다.
 
 마지막으로 아쉬운 것이 역자의 말마따나 인덱스가 빠진 것인데, 최소한 인명 인덱스라도 넣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요즘은 편집 및 인쇄 작업이 컴퓨터로 이루어져, 인덱스를 넣는 것이 그리 힘들지 않을 텐데요… 일본의 정사 번역본인 치쿠마서방의 정사 삼국지는 인덱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기전체라 하더라도 한 인물의 일생을 보다 완전하게 재구성하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의 전을 찾아봐야 하는데, 그러려면 인덱스의 필요성이 큽니다. 재판을 찍을 때에 인덱스도 넣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덧글 7개
 천공 연구하는 학자들이 다양하게 번역을 이루고 또 그것에 대해 각자의 견해를 밝히면서 점차적으로 하나의 완역본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빠졌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쉬운 현실이죠. 2007/03/29 09:03 
 희지재 일본의 유명한 사학자이며 <구품관인법 연구>로 삼국지 매니아들에게도 생소하지 않을 미야자키 이치사다는, 어려서 수호전에 푹 빠졌던 것을 계기로 중국사학에 입문했다고 합니다. 이번 번역이 그러한 장래의 학자들을 길러내는 초석은 될 수 있겠지요. 기대해봅시다 :) 2007/03/29 09:03 
 천공 그러한 장래의 학자를 길러내는 초석을 마련하는 몫은 국내 삼국지 매니아로서는 제가 맡을 것이니 함께 기대해주십시오. 2007/03/29 09:03 
 희지재 책이 아주 예쁘게 나온 것 같은데, 전 4권으로 나뉘어 나왔습니다. 분량상 위서 2권, 촉서 1권, 오서 1권이 되었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구판은 전 7권이었으며 위서가 4권, 촉서 1권, 오서 2권이었습니다. 대학도서관에서는 항상 촉서가 비어 있을 때가 많던데, 이 시대에 입문하는 분들 대다수가 결국 연의의 세례를 받았다는 증거이겠지요. 오서는 항상 있더군요. 덕택에 전 다른 매니아들에 비하여 오서는 조금 많이 본 편일 겝니다 :) 2007/03/29 09:03 
 천공 전 촉서를 비어있게 한 장본인이라서 촉서를 많이 본 편이지요. ^^ 2007/03/29 10:03 
 희지재 <후한서>와 <진서>가 번역된다면 매니아들의 열기는 한결 더해질 겁니다. 우선 진수의 <삼국지>에는 사마의전이 없어요. 사마의는 진 황조의 시조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런데 우리가 사마의를 빼놓고 이 시대를 어떻게 이해하겠습니까? 사마씨 집단이 얼마나 귀족적 성격을 지녔고, 사마씨가 정권의 헤게모니를 장악한 뒤 그러한 사실이 정책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가 위나라와 진나라의 성격적 차이를 드러내주지 않습니까?
우리 한국의 매니아들이 연의와 정사를 대비시킬 때는 으레 정사란 게 진수의 삼국지인데, 저런 책들이 번역된다면 좀더 폭넓은 의미망을 갖게 되겠지요.
 2007/03/29 10:03 
 천공 더불어 화양국지와 수경주 역시도 번역되면 좋겠지요. 군사학의 기초는 아무래도 지형분석인데 참 아쉬운 일이에요. 자료를 구하는 것도 어렵고, 그걸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도 힘드니 '기관'이 필요해지는 건 사실이에요. 후아! 2007/03/3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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