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삼연 :: 지촌(芝村)


정삼연 로그인
아이디
비밀번호
 아이디, 비밀번호 찾기
 회원가입
항심재 단상
 명상특강 안내
 마음뿌리
 도리사
 만남
 그놈
공지사항
 중화TV 삼국지 덕후 콘...
 sbs 야구병법
 EBS 세계견문록 삼국지...
  EBS 세계견문록 아틀...
 정원기 소장과 함께 떠...

전체 스크랩 | 저작물 |

  정삼연(2004-23 10:14, Hit : 8983, Vote : 1246
 http://www.samgookji.com
 ‘황석영 삼국지 문제’ 반론에 대한 재반론



정원기 삼국지연구소 소장인 정원기(아시아대 중문학·사진) 교수가 ‘삼국지 오류 많다’는 본보 기사에 대한 황석영씨의 반론(9일자 16면)을 읽고 재반박하는 글을 보내왔습니다.


토론 문화가 미숙한 풍토에서 오류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은 자칫 감정 대립을 촉발할 우려가 있다. 그러나 중국 동포까지 나서 삼국지 번역을 질타하고 있는(리동혁씨의 ‘삼국지가 울고 있네’) 마당에 430년 동안이나 삼국지를 읽었고 330년의 삼국지 번역사를 지닌 나라의 ‘삼국지’ 전공자로서 ‘난작인간식자인(難作人間識字人)’의 심정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원본의 관점과 흐름에 적극 찬동하고 고전 그대로의 정신과 역사의식을 전하며 정통론을 고수하겠다”는 황 선생의 입장을 공감하면서도 국민작가로 통하는 황 선생이기에 그의 삼국지에 나타난 문제점을 묵과할 수만은 없었다. “역사에 대한 무지”라든가, “중국어를 모르는” 운운한 일련의 발언은 효과 위주의 자극적인 표현이었으므로 취소하고 정중히 사과한다.


43∼50회 중 필자의 관점에서 추출된 문제점은 번역상의 오류가 약 40곳, 옌볜본과의 유사성이 20여 곳이다. 8회분의 내용 중 이 정도 문제가 발견됐다는 건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지면 제약으로 국민일보 기사에는 6,7곳만 지적됐다. 사실 번역상의 오류는 누구나 범할 수 있는 문제이므로 여기서는 재반론을 위한 문제 외에는 더 이상 거론하지 않고, ‘표준번역’과 ‘옌볜본과의 유사성’만 짚어본다.


◇ 재반론
(1) ‘선도(先到)’의 해석=직역의 무미건조함을 극복하기 위해 문맥의 앞뒤를 바꾸었다고 하지만 필자의 견해는 다르다. 초촉의 배가 그냥 다가온 게 아니라 공을 세울 욕심으로 “장남의 배를 (앞질러, 화급하게) 먼저” 다가왔다는 뜻이다. 이어서 한당의 배 앞에 이르자마자 즉각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려 상대의 배를 향하여 어지럽게 화살을 쏘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지적할 문제는 원문이 그렇게 밋밋하고 드라이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짧고 축약된 문장 안에 치열하면서도 긴박한 전투 상황을 치밀하고 리얼하게 묘사하고 있는 게 삼국지 문장의 특장이다. 번역문에선 오히려 이러한 맛이 감소된 느낌이다.


(2) ‘제도(提刀)’=동문서답을 하고 있다. 원문에는 ‘긴 칼’에 해당하는 단어가 없다는 말이다. 고대 수군들은 물에 뛰어들거나 선상 활동에 편리하도록 간편한 전투복을 입고 임무에 따라 활이나 긴 창을 들곤 했는데 기본 무기로는 예외 없이 짧은 칼을 휴대했다. 휴대한 칼이 길면 적선으로 날아들기에 거추장스럽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문에는 ‘장도(長刀)’라고 쓰지 않은 것이다. 여기서도 뒤이어 주태가 장남의 배로 몸을 날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어찌 거치적거리는 긴 칼을 들고 날아들겠는가. ‘提刀’ 역시 처음부터 칼을 들고 있었다기보다는 창 등 다른 무기를 들고 있다가 적선에 뛰어들 시기가 왔으므로 기존의 무기를 놓고 새로 칼을 뽑아들었다는 의미의 표현이다. 이들은 중대한 임무를 띤 특공대가 아니던가.


(3) ‘수(數)’=옌볜본을 답습했다는 혐의를 가진 이유는 옌볜본에서는 ‘4,5’의 표기가 주류(예, 청년사 3권 중 106,153,170,211,216쪽)를 이루고 있는 반면, 황석영본에선 일관성이 없다가 특정 지점에서 하필 ‘4,5’(5권28쪽)와 ‘두어’(4권146쪽)로 동일하게 표기했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이 손을 댔기 때문에 여러 가지 표현이 나온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런 번역을 싫어한다는 게 황 선생의 머리말이 아니던가.


(4) ‘독(獨)’=역시 동문서답이다. 여기서의 ‘獨’은 결코 ‘홀로’의 뜻이 아니라 ‘只(有)’의 의미라는 것이다. 즉 무거운 갑옷으로 완전 무장한 게 아니라 좀 더 날렵하고 신속한 행동을 위하여 수군의 기본 복장만 갖춰 입은 뒤 그 위에 ‘다만(오직)’ 심장을 보호하는 ‘엄심갑 하나만 걸쳤다’는 뜻이다. 원문 ‘한당독피엄심,수집장창,입어선두(韓當獨披掩心,手執長槍,立於船頭)’를 살피면 자명한 일이지만 ‘獨’이 어찌 ‘手執長槍’을 건너뛰고 ’立’을 수식한단 말인가.


◇ 표준번역의 문제
문학 작품을 전제로 할 경우, 필자 역시 ‘축자역’이 최선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융통성 없는 번역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동감을 살린다는 구실로 문맥의 앞뒤를 바꾸거나 원문에 없는 말을 덧붙이거나 생략함으로써 원문의 의미가 왜곡 또는 누락된다면, 그것을 “원문에 충실한 표준번역”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앞에서 재론된 ‘先到’ ‘提刀’ ‘獨’ 등은 이미 원문의 의미가 왜곡된 경우다. 적벽대전 부분만 살피더라도 대의(大義)만 통할뿐 원문의 문맥을 임의로 변형시킨 단락이 산견된다.


이런 번역이 황석영 삼국지의 특장이라고 강변한다면 그건 ‘황석영식 번역’은 될지언정,‘표준번역’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만약 인민문학 원본의 “정리상황”에 나타난 표점부호 중시 의도를 인지했다면 그토록 원본 정리자들의 뜻을 무시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 옌볜본과의 유사성 문제
베꼈다는 것을 단정하는 게 아니라 ‘유사성의 혐의’를 제기한 것이다. 이러한 혐의는 ① 저본이 동일하다 ② 옌볜본이 황석영본보다 먼저 나왔다 ③ 단락 구분이 유사하다 ④ 43∼50회 중 동일 오류가 20곳이나 발견된다는 이유만으로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또 이러한 혐의는 충분한 토론을 통해 자연히 소멸될 것으로 본다. 상호 일방적 주장만 난무한다면 불유쾌한 평행선만 남을 것이다. 따라서 차제에 약 20곳의 유사점 문제에 대한 공개 토론을 제의한다. 토론 방식은 신문지상의 토론, 공개토론, 개인간의 자료 우송 중 어느 쪽이든 황 선생의 결정을 따르겠다. 지면 제약상 추가로 밝히지 못한 동일 오류의 반복 사례는 국민일보와 삼국지연구소 두 곳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공개했음을 밝혀둔다.


정원기(아시아대 중문학 교수)


*국민일보(2004.2.11)



[출판수첩] 희망과 한계 남긴 ‘삼국지 논쟁’
삼국지 전문가 정원기 교수 “황석영 삼국지 번역오류 많다”

Copyright 1999-2017 Zeroboard / skin by GGAMBO
연구소 소개  |  이용약관  |  개인정보보호정책  |  이메일 무단수집 거부  |  고객센터